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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이!!*^^*  (homepage)님께서 남기신 글
환이네 61번째 이야기.....*^^*

환이네 메일메거진!!*^^*(<a href=http://hwaninea.net/) target=_blank>http://hwaninea.net/)</a>
어느날 늦게 집에 돌아와

현관에서 구두를 벗는데

피곤해서 그랬는지 구두가

뒤집어져서 밑창이 보였다.

그냥 돌아서서 가려다가 다시

뒤집어진 구두를 보았다.

뒤축이 한 쪽으로 몹시 닳아 있었다.

갑자기 방안으로 들어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마루에

그대로 섰다. 그리고 닳아빠진

구두 뒤축을 다시 보았다.

구두 뒤축에는 내가 하루종일

세상에 나가 살아온 길이 담겨

있었다. 힘들고 고달픈 길이었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점심 시간이었다.

아침을 거르고 새벽 다섯 시 반에

집을 나서야 차가 막히지 않을 때

갈 수 있어서 일찍 나왔다.

아침에 약속한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니까 빠듯하게

학교에 갈 수 있었다.

강의를 끝내고 나니 점심시간

이었으나 병원에 갈 시간이

촉박해서 난 조금은 시장했지만

그냥 병원으로 갔다. 병원 문을

나설 때가 오후 세 시쯤이었다.

아직 아무 것도 먹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병원 근처의

음식점 앞에 섰다. 그런데

음식점 문이 자동으로 스르르

열리는 바람에 살펴볼 틈도 없이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이미 지나서인지

격조 있게 꾸며진 화려한

홀에는 손님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제복을 말끔히 입은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조금 있다가 가죽으로

된 메뉴 판을 들고 와서 테이블에

놓고 갔다. 처음 자리에 앉을

때부터 불편하고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장식이 화려해서 기가

죽은 탓도 있었지만 어쩐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막연한 이질감

같은 것이 마음을 불편하게했다.

나는 메뉴를 보았다. 위에서

아래로 가격표를 쭉 훑어보았지만

내 생각에 너무 비싼 것만 있었다.

그래도 그냥 빠져나가려니

부끄럽기도 해서 다시 메뉴를

보았다. 그러나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일어섰다.

그리고 웨이터에게 어색한

웃음을 보내며 깜박 잊고

온 일이 있어서 다시 들어가

봐야겠어요. 하고 자동문을 빠져

나왔다. 식당을 벗어나 아직도 봄이

오지 않은 가로수 밑을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그까짓 점심 한 그릇도

내마음대로 사 먹을 수 없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났다.

생활에 쫓기다 보니 구두쇠가 되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옹졸하게 되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너무 중압감을 주는

식당이라서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까.

또 친구들과 어울려 이런 식당에 한두 번

가본 것도 아닌데 유독 오늘만은

어색하고 조금은 싫어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네 시가 지나 다시 배고픔을

느낄 때쯤 길가 찻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커피를 들면서 창 밖을 보았다.

중학교에 처음 들어갔는지 좀

큰 교복을 입은 아이와 허름한

겨울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서로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제야

나는 식당을 벗어 나온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 혼자 호화로운

식당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었다. 언제나 친구가 아니면

가족이 있었지, 나 자신을 위해 비싼

음식을 시켜 먹은 기억이

나지않는 것이었다.

이미 내 몸에 습관처럼 배어 버린,

‘내가 아닌 가족을 위해’라는 의식의

세계가 나를 휘어잡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어느

사이에 나를 지배하고 있는 정신의

중심이 가족과의 상관성 위에

올려놓고 내가 살아 있지 않으면

내 가족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책무감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적 편집은

엉뚱하게도 생활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어서 나 혼자 외톨이로

남는 경우면 마치 잠재의식이 어떤

자극에 의해서 지나간 일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고 ‘나를 위해서’라는 것을

모두 잊게 한 것이다. 양복 한 벌

마음놓고 사 입지도 못하는 간

작은 남자로, 아니면 선뜻 먹고 싶은

음식 한 가지도 손을 내밀지 못하는

구두쇠로 바뀌어진 자신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구두 뒤축을 보면서

음식점에서 그냥 나와야 했던 일이

떠올랐던 것이다. 곧 방으로 들어와

저녁을 먹고 밤이 깊어 서재로

들어와 앉아 있을 때였다. 아직 시집도

가지 않은 딸이 내 방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서면서

‘아버지, 피곤하시지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무심히

‘항상 그렇지 뭐.’ 하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딸은 ‘아버지, 우리 공부시키고

밥 벌어 먹이느라고 너무 고생 많이

하시지요? 얼굴이 까맣게 되었어요.

하는 것이었다. 평소에 들어보지

못하던 말을 하는 딸의 눈을 가만히

보니까 용돈이 필요해서 애교를

부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덤덤하게 네가 무엇이

필요한 것이 있는 모양이구나.

밤이 깊었는데 빨리 말하고 가서

자라. 하였다. 딸은 방 한 구석으로

가서 등을 돌리며 주저앉아

훌쩍거리고 울면서, 아버지,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아버지가

구두를 뒤집어 놓고 들어가시면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 없어서

그래요. 조금 위안해 드리려고 한

것밖에 없어요. 하는 것이었다.

훌쩍거리고 울고 있는 딸의 등을

두드리면서 ‘아무렇게나 벗은 것이지 뭐.’

하며 다독거리기만 했다. 나는

딸을 내보내고 다시 아버지라는 말을

입에 담아 보았다. 언제나 이런

가족의 손을 끌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 기수로서, 또 이 가족을 세상에서

살아 있게 하기 위해서 사회에 나가

충실한 자기 몫을 해야 하는 성실한

일군으로서의 자리가 아버지임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이 아버지로서의

보람은 가족의 따듯한 위로

한마디였음도 알았다.

구두 뒤축이 다 닳아져도

‘아버지, 얼마나 고생하세요.’

한마디면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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