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누구나..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요..
저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답니다..
오랜시간이 흐른 지금도 저의 기억의 한페이지를 꽉
메우고 있는 너무나도 보고픈 친구...
그 친구 이야기를 할까 해요..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지금은 그 아이의 얼굴생김도
또렷히 기억나지 않고..
제가 기억하는 그 아이의 이름 석자조차 확실치 않지만..
아직도 확실하게 떠오르는 건.. 그 아이의 맑은 미소..
그리고 그 아이 때문에 혼자 참 많이 울었던 생각이납니다..
제가 그 아이를 처음 본게.. 초등학교 5학년 때였으니까..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5학년이 되어서.. 처음 등교한 날.. 저는 흥분된 마음에..
친구들과 왁자글 떠들고
있었지요..
아마 6반이었을꺼에요..
저는 키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거의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지요..
얼마후에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출석을 부르기 시작하셨어요..
선생님이 자기 이름을 부를 때마다 아이들은
작은 손을 반짝들고는 "네~" 하고
대답했지요..
저도 아주 똑 부러지게 "네~!"하고
대답했던 기억이 나요.
선생님은 계속 출석을 부르셨어요.
선생님이 한 아이의 이름을 부르셨어요.
"이순희!"
대답이 없었어요.
선생님은 다시한번 부르셨죠. "이순희~"
제 뒤에 앉은 한 아이가 아주 모기만한
목소리로, "네~"하고 대답을 했어요.
그것도 아주 떨면서요.
전 고개를 홱~ 돌려서 그 친구를 자세히 봤죠.
머리는 지저분 했고, 옷도 무척 허름했어요.
그 친구를 보니 갑자기 무슨 냄새가
나는듯한 착각도 들었고요.
새침떼기였던 전 그 친구가 제 뒤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상당히 불쾌했어요..
전요~
어렸을때 대단한 깍쟁이었답니다.
대단한 깔끔이신 우리 엄마는 제 신발에 먼지하나
붙는것을 질겁하실만큼
절 깔끔하게 키우셨고, 전 그래서 길거리의 조그만
먼지만 보아도 무척이나
더러운것인지 알 정도였답니다.
그 뒤로 거의 한달동안 뒤도 안돌아봤던 것 같아요.
순희와 학교에서 얼굴이 마주쳐도
저는 아는 척도 안했답니다..
그런데 어느날이었어요.
혼자 땅보면서 꾸벅꾸벅 걷고 있는데 누가 절 부르는거에요.
"혜영야~ 같이가~~"
순희였죠.
전 그 친구가 싫었지만, 그래도 혼자가는것이
싫었던 터라 함께가기로 마음먹었죠..
"어...순희구나.."
"응.."
"너도 이쪽으로 집에가니?"
"음. 함께 가자. 근데 너 나하고 오늘 처음말하는거지?"
난 그 말을 듣자 찔려서 얼굴이 빨게 졌죠.
그 친구와 집을 가는데 저도 몰랐는데 그
친구와는 집이 꽤 가깝더군요..
그날 처음으로 순희와 몇마디 말을 나누면서..
저는 순희가 꽤 좋은 아이라는 생각
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 전 순희와 친구가 되기로 했죠.
가끔 집에도 가고, 학교에서 이야기도
하는 친구로 말이예요.
그리고 때로는 우리집에서 함께 라면도 먹었고요.
전 어느날, 그 친구네 집에 가고 싶었어요.
순희야 오늘은 너희 집에서 놀자"
"그래!'
순희는 쉽게 승락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우린 순희네 집으로 향했죠.
순희네 집에 가니 어른들이 안계시더라구요.
동생들만 있었어요.
그때 우리가 국민학교 1학년때이니 순희
동생들은 거의 6살 4살.. 이랬죠.
그 어린 아이들 둘이 놀고 있다가 갑자기
순희가 들어오니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더군요.
집도 허름하고 코찔찔이 아이들을 보니
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했어요.
그때 순희는
"언니 왔다. 배고프지? 밥해줄께 기달려~"
하면서 쌀을 씻기 시작했어요.
전 너무 놀라웠어요.
"너 밥할줄 알아?"
"응"
너무나 당연한듯한 목소리... 당시에 저로선
그 아이의 행동이 너무나 이상했죠..
순희가 차려준 밥을 먹은뒤에 전 순희에게 물었죠.
"너 엄마아빠 어디가셨는데?"
"음...일하러..."
나중에 알았는데, 순희는 소녀가장이었어요.
아버지는 막노동 하고, 그러나 술주정뱅이...
어머니는 도망쳐 순희 혼자서
동생들을 돌보고 있었지요...
그날 저는 도망치듯 순희에 집에서 나와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마 그 때 쯤이었을 거에요..
저희 부모님이 이혼을 하신게...
어느날 갑자기 알게된 부모님의 이혼에.. 전
너무나 당황되고 슬펐어요...
저는 엉엉을다가 쓰러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깨어보니 저의 이마에는 찬 물수건이 얹어있고..
옆에는 순희가 똘망똘망
쳐다보고 있더군요..
집에 놀러왔다가 내가 쓰러져 있어서
너무 놀랐다는 순희의 말에..
저는 순이를 붙잡고 울면서.. 부모님 이야기를 했습니다.
순희는 가만히 듣고 있더니.. 조심스레 저의 이마를
짚어보고는 잠깐 다녀오겠다며
어디로 가버렸습니다..
전 혼자서 그냥 울고만 있었지요..
그러다가 제풀에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간 잠을 자고.. 저는 부엌에서 무언가..
시끄러운 소리에..
저는 잠을 깨었습니다..
무슨 일일까.. 조용히 부엌에 가보니.. 순희가
뭔가 열심히 만들고 있더군요..
뭘 만드는 거지? 하고 살짝 봤는데.. 저는 너무 놀랐습니다..
그리고는 저는 순이에게 들치기 않도록 살짝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순희가 만들고 있었던건.. "토마토 쥬스" 였습니다..
언젠가 순희에게..
내가 아플때면 엄마가 언제나 토마토 쥬스를
만들어 줬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순희는 아마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는..
엄마 대신에 토마토 쥬스를 만들어 주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토마토 철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비싼 쪼그만
방울토마토를 하나씩 갈아서..
쥬스를 만들고 있었어요..
그 아이 무슨 돈이 있다고.. 나한테 그렇게 까지..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저는 쥬스를 조심스레 들고 들어오는 순희를
붙잡고 엉엉 울어버렸답니다..
그 후로는 정말 순희와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지요..
초등학교 5학년이라는 어린나이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베풀줄 아는..
어머니의 마음을 가진 아이..
맛있게 밥해줄께.. 라며.. 쌀을 씻던 그 모습..
친구를 위해 없는 돈에.. 비싼 방울토마토로
쥬스를 만들어 준 아이..
전 아직도 그 친구를 못잊어요..
잊을수가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