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대학을 늦게 들어가셨다.
나를 조금 늦게 보셨는데 대학은
나를 낳은 후에야 들어가셨으니.
내가 그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다.
天龍 : 엄마, 엄마는 왜 그리 늦게 대학에 가실 생각을 했수? -_-
엄마 : ...그게... 고등학교 동창회를 나갔는데...
학교 다닐 때 나보다 훨씬 공부 못
하던 것들이 대학 갔다고 유세를 떨더라구.
天龍 : 응? -_-?
엄마 : 나도 자랑 좀 하려고 들어갔지. ^^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아버지한테 자랑을 하려고 들어가신 것이다. -_-v
아버지는 우리나라 최고라는 명문대 법과를
수석으로 졸업하신 분이었다.
아버지는 지방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하신 엄마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셨지만 엄마
그게 아니었나보다.
부부동반으로 같이 나갈 때라던가, 아버지
친구들이 다 함께 참석한 자리에서면
행여나 엄마가 아버지를 부끄럽게 하지나 않을까
해서 나름대로 많이 신경이 쓰이셨나보다.
아버지는,
"똑똑하고 제 잘났다고 하는 여자들을 찾기는 쉽다.
하지만 훌륭한 성품을 가진 여자
를 찾기는 어려운 것이다.
내가 애초에 학벌을 따지는 정도의 사람이었다면 우리
학교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있었다.
나는 너의 성품을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 것이다."
라고 감동적인 말을 하셨지만 엄마는 이미 연애 때의
수줍은 처녀가 아닌 애하나 딸
린 아줌마로 변신해 있었다. -_-;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보신 바대로 아줌마의 파워란
놀라운 것이다. -_-;;
엄마의 귀에는 그런 말 따위는 들리지 않았고 눈에는
뵈는 것도 없이 대학을 가기를
고집하셨다.
아버지 역시 학구열에 불타오르는 애엄마를 -_-
말릴 힘도 이유도 없었으므로
흔쾌히 공부를 도와주셨더란다.
이듬해 엄마는 서울에 위치한
C대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대학이었기
때문에 이곳에 가셨다고 한다) 영문
과에 들어가셨다. (수석으로)
영문과를 나오신 엄마는 학원에서 중고등학생
영어를 가르치셨다.
아이러닉하게도 곧 잘 풀릴 것 같던 아버지는
병중에 계셨던 큰아버지일 등으로 많이
힘들어하시며 사법고시에 번번이 실패하셨다.
덕분에 어릴 적 우리 집은 가난한 사법고시생의
표본처럼 그렇게 가난했고, 항상 비
어 있었다.
난 어렸고 뭘 몰랐다.
어린아이들이 그렇듯, 엄마가 나가는게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天龍 : 엄마...T_T 오늘 하루만 안가면 안돼?
엄마 가지마... 엄마 가지 말란 말이
야....T___T
엄마 : 얘가 갑자기 왜 그래... 어서 엄마
준비하고 나가야지. 조금 있으면 강의 시작
할 시간인데.
天龍 : 흐앙~~ 엄마... ToT 가지마아~
(다리를 붙잡고 대롱대롱~~)
엄마 : 놔라..-_-;;; 놔랏!! 놓으란 말이다..-_-
지금 생각하면 엄마도 참 가슴이 아프셨을 것 같다.
엄마라고 좋아서 일하시는 것도 아닌데 갓 초등학교
들어간 딸이 매일매일 울어대니...
달래도 보고 혼도 내보고 하시던 엄마는 나를 슬픈
눈으로 보시며 말하셨다.
엄마 : 天龍아.....(뒤적뒤적) 옛다~ 이백원.. -_-;
가서 까까 사먹어라. (T__T
흑... 내돈)
天龍 : 뚜욱~!!*_* 도..돈이다!!
(어릴 때부터 돈이라면..-_-;;;)
최후의 무기로 이백원을 주시면 나는 잠깐 무슨
까까 사먹을까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
작하고 -_-
단세포인 관계로 일 분전까지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까맣게 까먹어서
엄마에게는 "안농~~~~-_- ==3 쎄엥~~~~" 했다.
돈 이백원을 손에 꼬옥 쥐고 폴짝폴짝
(이 때는 폴짝이었다. -_-; 지금은 쿵쿵쿵) 뛰
어서 수퍼로 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그 곳에서는 엄마가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계셨다...
가느다란 다리를 하고는 서 있는 엄마가 그때도
왜 그렇게 슬퍼보였는지...
엄마가 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이나 싫었던 게 또 있다면
그건 저녁을 지어놓고는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부르러 나오는 친구들의 어머니와
"엄마, 요만큼만 더 놀고 가면 안돼?"
하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었다.
놀이터에서 술래잡기나 얼음땡 -_- 등을 하고 놀고 있으면
저녁 6시경부터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멕이기 위해 나오신다.
개똥母 : 개똥-_-아~~ 개똥아~ 밥 먹어라...
(어째 좀 듣기 거북하네...-_-;;)
개똥 : 엄마, 뭐라고? 똥 먹으라고? -_-;;;;
개똥母 : 이노무자식이!! 빨랑 들어와서 밥 먹어야지!
조금 후....
소똥母 : 소똥-_-아~~소똥이도 어서 밥 먹어야지...^^
소똥 : 시더시더...(-- )( --)(-- )( --) 나도 쪼꼼만
더 놀테야. 天龍이는 더 놀아
도 되는데 왜 나만 들어가야돼?
소똥母 : 天龍이도 조금 있으면 天龍이엄마 따라서
들어가서 밥 먹을꺼야. 그치? ^^
天龍 : 네에.........(__)....
그렇게 놀던 아이들이 하나하나 들어가고 맨 마지막
한 명까지 가버리고 나면
나는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와 까치발을 하고는 자물쇠를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엄마가 차려놓고 간 밥상을 앞으로 끌어와서
전기밥솥에 있는 밥을 퍼서는
먹는 것이다.
아버지가 조금 풀리신다 싶으실 때, 그리고 살림이
조금 피기 시작할 때였다.
리모컨이 있는 테레비도 사고 비디오도 샀다.
그러나 엄마가 '판검사부인'이 될 기회도 없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제정신이 아니셨고 매일 매일을 아버지를 따라...
떠날 생각만 하셨다.
조금 정신이 든 후에야 철없이 뛰어 다니는
내가 눈에 보였다고 한다.
'나 마저 없으면... 저 어린것은 고아가
되는 건가.....' 하는 생각에
그때부터 엄마는 나만을 위해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엄마와 아버지가 끝까지 아름다운
사랑을 하셨다는 사실은,
지금의 내게 상당한 의미를 준다.)
엄마는 내가 기가 죽을까봐 주위에도 일체 말을 안하셨다.
나도 친구들에게도 말도 안하고 아버지는
멀리 다른 나라에 가셨다고 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내가 없던 사이에
아이들에게 말을 했었나보다.
하루는 어느 아이와 티격태격하던 중
그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모땐지지배 : 우리 오빠한테 너 혼내주라고 말할꺼야!
天龍 : 그럼 난 우리 엄마한테 말할꺼야...-_-
모땐지지배 : 흥!! 그럼 난 우리 엄마하고
아빠한테 말할꺼야! 너희 아빠 죽었다며?
내가 이겼지?
天龍 : 아....아니야!!!! 우리 아빠는 먼곳에 계셔!!
우리 아빠는 너희 아빠보다 훨
씬 쎄고 멋있어!!
(실제로 아버님은 굉장한 미남이셨답니다. -_-a...
어머니도 미인이시죠. 근데 왜 저
만 이모양인지..-_-a...)
모땐지지배 : 그럼 어디 데러와봐! 데러와봐!!
나는 그날 집에 와서 엄마를 붙들고 엉엉 울었다....
天龍 : 엄마.... 우리 아빠 어딨어....T_____T 아빠.
어디간거야. 아빠. 아빠아~~ T_T
엄마는 내게 '애비없는 자식'이라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으셨단다.
그래서 2년쯤 후에 지금의 새아버지와 재혼을 하셨다.
그 뒤로도 내가 기가 죽어지낼까 싶어 엄마는 참 열심히도
학교 일이니 뭐니 챙겨주셨다.
내가 지금처럼 밝고, 기가 팔팔 살아서 반장이니 부반장이니
까불면서 할 수 있었던것도
엄마는 10년이 넘은 옷들을 그대로 입으면서
환경미화 한다고 투덜댈 때마다 새벽 꽃시장까지 가서
양란(洋蘭)을 사주시던 엄마 덕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나름대로 힘든 일도 있었지만
내가 지금처럼 이쁘고-_- 올바르고-_- 빗나가지 않게-_-
(그리고 거짓말 잘하게-_-;;) 자란 것도
내게 모범이 되려고 솔선수범 곧게 살아오신,
평소에는 푼수 같지만 교육만은 엄격하게 하시는,
엄마 덕분이다.
새아버지와의 갈등도 조금은 있었고 그 때마다 엄마는
더 많이 힘드셨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몰래 화장실 안에서 문을 잠그고는 꺼억꺼억
울던 때도 있었고
이렇게 힘들게 살 필요가 있을까 싶어 면도칼을
만지작거리던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였던-.
..........내게는 철인 같아 보이던 우리 엄마.....
이제는... 어쩌면 조금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