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고 싶다
저녁이면 근처 동네시장에서 콩나물이며 쑥갓이며
바지락거리는 조개를 사들고 와 따뜻한 저녁을 짓고싶다.
새벽이면 경동시장에 나가
모과며 유자며 철과일을 사들여
겨울 한 철 끓여먹을 차도 만들고
폐휴지를 팔아 만든 작은 푼돈으로는 분홍털실을 사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의 보조가방과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아이의 코끼리 모자도 떠주고 싶다.
결이곱고 부드러운 천 한 마를 끊어다가
차 탁자 위에 깔 탁보도 만들고
딸아이 마로니 인형의 앞치마도 만들어 주고
정원에는 하얀 철제의자를 놓아
여름이면 오렌지 쥬스를 마시며 월간잡지도 보고 싶다.
봄내내 봄내음을 안겨줄 개나리나무도 심어보고
아름다움의 으뜸이라는 장미넝쿨도 키워보고
마당 한 구석 어디쯤 조그만 연못을 파
앙증맞은 금붕어랑 거북이도 키워보고 싶다.
남편이 돌아오면 그의 어깨를 살며시 잡아
하루의 고단함을 함께 해 주고
꿀에 인삼가루를 재어 만든 시원한 인삼차도 대접하고 싶다.
그가 저녁을 드는 동안 지난 여름 담근 매실주도 내어오고
생선 속살을 하얗게 발라주며 하루의 일과를 들려주고 싶다.
아이들이 잠든 밤 노란 스탠드 불빛 아래서
월간지 부록으로 나온 가계부를 정리하며
시어머니 생신이랑 내 동생 결혼을 걱정하고
내달쯤에는 정기적금 하나를 더 들어야 할 텐데........
그런 결심도 해보고 싶다.
시린 어깨 위에 하늘색 스웨터를 덮어주는 남편에게
가만히 미소지으며 '나 시집 정말 잘온거 같아"
그렇게 속삭이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다.
이 세상에 단 한사람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
정말 이건 행복을 느끼면서 살고 싶습니다.
지금 제 옆에서 절 단단히 지키고 있는 그 사람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