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출근준비로 바쁜 이른시간..
초인종이 울렸다.
처음 듣는 할머니의 음성.
잠시만 문 열어보세요..
누구신데요?..
아랫층에서 왔습니다..잠시만 문 열어보세요..
이른정도 되셨을까..
머리는 이미 온통 하얗고..
허리고 약간 구부러진...한손에는 검정 봉투를 들고..
그렇게 할머니 한분이 서 계셨다..
아랫층에 사는 사람인데요..
이 김좀 드셔 보시라고 가져왔습니다.
이걸 왜 주시는데요...?
그냥 시골에서 햇김이 왔길래 인사도 할겸 가져왔어요.
어제 저녁 집들마다 다 돌렸는데.. 이집엔 사람이 없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왔어요. 미안해요.
아...네.....감사합니다..
얼떨결에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김을 받았다.
할머니께선 웃는 얼굴로
복 많이 받아요 아가씨..
그리곤 힘들게 계단을 내려 가셨다..
처음 있는 일이였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도..
새로운 사람들이 우리집 건물로 이사를 와도..
그냥 남남이였던 이웃인데..
같은 동 아파트..바로 옆집을 살면서도..
인사한번 제대로 안하고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지금..
할머니의 방문은 나에게 참 묘한 인상을 남겼다.
예전 한 코메디 프로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삭막해 졌는가를 묘사한 코너가 있었다.
늦은 밤 귀가시간..
자꾸 뒤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쫓아와서
빠른걸음으로 집을 도착했을때..
그때까지도 따라오는 그 사람에게 한마디 한다.
왜 자꾸 쫓아와요! 당신 치한 아니야..?
네..? 이 아가씨 무슨 소리야..
요기 바로 옆이 우리집이야...
그래..지금 세상은 이렇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점점 그렇게 변해가고 있는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김 한봉지보다 더한 감동을 준것은..
김봉투 안에 담긴 한장도 채우지 못한 짧막한 메모..
안녕하세요.
BO2호에 살고 있는 황**, 김**입니다.
이사 온지가 여러 달 되었는데..
한 건물에 살면서 인사도 못 드렸네요.
이제야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2002년 새해가 시작되어
조금 늦은 감 있지만..
새해에는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 지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모든 가족들이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성낼 일도 많고,
짜증나는 일도 많지만
그런 일들보다는
웃는 일들이 더 많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김은 생산지에서 직접 가져온 햇김입니다.
보잘 것 없는 것이지만 작은 정성이라 생각하시고
부담 갖지 마시고 맛있게 드셨으면 합니다.
좋은 날들 되세요.
이제보니 아랫층엔 행복천사 한분이 살고 계셨다.
내일은 내가 행복천사님을 찾아뵈야 겠다..
오늘 나의 하루는 그렇게 담을수
없을정도의 행복으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