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의 일이다.
직장에 취직을 하신 어머니께서 첫 월급을 받던 날이다.
"우리 아들 딸 잘들놀았어" 하시며
힘들게 들어오셨다.
엄마는 여느때처럼 얼굴에 밝은
미소로 저녁 준비를 하시며
"민지 민기 뭐 먹고 싶은가 없니?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엄마가 사줄게."
"없어요." 하고 오빠가 말했다.
사실은 우리는 먹고 싶은게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머니께서 하루종일 서서
망치질하며 벌어오신 돈을 함부로 써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부자가 아니었지만 항상
웃음이 넘치는 그런 집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다니시던 회사가
경제위기로 부도가 나는 바람에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두셨다.
회사를 그만두신 아버지는 매일 술만 드시고
조금 피우시던 담배도 두 배로 피우셨다.
그때부터 우리집은 차츰차츰 웃음소리가 작아졌고
오빠와 나는 아버지의 표정을 살피는 날이 늘어났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안은 온통 술
냄새와 담배 연기로 가득했고
아버지는 항상 술에 취해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께서 입원을 하시게 되었다.
다행히 큰 병은 아니고 밥을 제때 안드시고
술과 담배만 피워 속이 많이 상하셨다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입원해 계신 동안 어머니는 취직을 해야겠다며
이곳 저곳에 전화를 하시고 찾아 다니셨다.
"민기 민지 얘기 잘 들어.
이제부터는 엄마가 돈을 벌어야해.
그러니 민기가 동생을 돌봐야 하는 거야."
"아빠는 언제 퇴원하세요?"
"일주일쯤 병원에 계셔야 한데. 아빠가
퇴원하셔도 당장 직장에 나가실 수 없잖아.
그래서 엄마가 취직하려는 거야.
엄마가 취직을 해서 돈을 벌면 예전처럼 우리
민기 민지 용돈도 주고 할꺼야. 알겠지?"
"예."
이렇게 해서 어머니께서는 지금 다니시는
공장에 취직을 하셨다.
어머니께서 첫 월급을 받아 사온 담배를
한참 바라보시던 아버지께서
담배를 들고 밖으로 나가셨다.
다시 들어오신 아버지 손에는 박하사탕
한 봉지가 들려있었다.
"그 사탕은 뭐에요?"
"갑자기 사탕이 먹고 싶어서 사왔어."
"술 사와요?"
"아냐 그만둬." 하시며 사오지 말라고 하셨다.
다음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에게 아버지께서 나가자고 하셨다.
오랜만에 아버지 손을 잡고 걸어가니까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지금 어디가요?"
"민지 농협이 어디 있는지 알지?"
"예."
나는 아버지와 농협에 갔다.
아버지께서 12,000원짜리 예금통장을
내 이름으로 만들어 주셨다.
"민지야 이제부터 이 통장은 네꺼다.
매일 아빠가 2,000원씩 줄테니 이 통장에 저금을 해.
그런데 이 일은 아빠와 민지만 아는 비밀인데 지킬 수 있지?"
"예."
그날부터 아버지께서는 담배를 끊으셨고
지금은 취직이 되어 회사에도 다니신다.
아버지께서 담배를 안 피우시니 좋은 점이 많다.
첫 번째는 집안 공기가 맑아졌고 재떨이가
없으니 역겨운 냄새가 사라졌다.
두 번째는 아버지 건강이 좋아지셨다.
담배를 끊으시고 식사도 거르지 않고 잘 드신다.
세 번째는 내 이름이 새겨진 저금통장을
들고 농협에 가는게 즐겁다.
오늘밤에도 아버지께서 들어오시면,
"민지 자니?" 하시며 2000원을 주시고
아버지께서는 까칠한 턱을 내뺨에 비비 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