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랑을 잊는 열가지 방법
#1.휴대폰을 꺼 놓기로 했습니다.
폰이 울릴적 마다 그럴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혹여 그대일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가슴
설레여 하는 내 모습이 싫습니다.
어딜 가든지, 그대가 전화를 할지도
모른다는 어리석은 기대로
늘 조마조마해 하며 사소한 기계 따위에
얽매어 버리는게 끔직 합니다.
#2.잊었던 취미를 되찾았습니다.
팬시점에서 이것저것 사들이는 돈 꽤나
깨지는 취미 생활이지만
새로 산 다이어리와 공책과 필통과
그 외 잡다한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뭐라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새롭습니다.
#3.더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한동안 소흘함으로 멀어졌던 동창들에게
모조리 연락을 하며
그간 내 무관심에 대해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습니다.
만나서 수다를 떨고 장난을 치는 동안에
내 곁에는 소중한 사람이 많았다는걸
새삼 느끼고 다행스러워 합니다.
#4.술을 줄였습니다.
여자가 무슨 술을 그렇게 마시냐는
핀잔에도 꿈적도 안하던 내가
술을 마시지 말아야 겠다는 장한 결심을 했습니다.
술만 마시면 정신이 내 멋대로 풀려 버려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그댈 그리워
하고 주책맞은 눈물이 흘러버리는 까닭에
더 이상의 술은 입에 대지 않기로 했습니다.
#5.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년만에 처음으로 기특한 생각 한번 한것 같습니다.
뭐라도 해야 한다면, 그래야 그대를
조금이라도 지우고 살 수 있다면
그게 공부라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강의실 제일 앞자리에서 별로 친하지
않은 교수님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6.잠들기 전 만화책 한권씩을 읽고 잡니다.
꿈속에서조차 날 아프게 하는 얼굴이 있어
밤새 베겟잇을 적시는 일이 없도록.
잠들기 직전 읽은 만화책의 주인공을
그 얼굴 대신 만날 수 있도록.
그러나 가끔, 그 만화속의 주인공이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얼굴이 되어있는
황당한 꿈을 꾸기도 합니다.
#7.최대한 바쁘게 살아볼려고 합니다.
새벽부터 수영장을 가고 빡빡한 수업
시간표에 따라 뛰어다니다가
한번 끄적이다 포기한 적이 있는
홈페이지라는 것도 만들어 볼 계획이고
자격증 시험준비도 해 볼까 합니다.
되든 안되든, 결과에는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난 정신차릴 수 없도록 다른
생각 들 겨를도 없이
바쁘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8.전화기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것입니다.
9시간 6분이 공짜라고, 본전 뽑기
위해서 라며 심심할 때 마다 누르던 번호를
메모리 번지에서도, 내 기억에서도 지울 겁니다.
다 지워 버릴 겁니다.
유난히 숫자에 약한 나,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잊어버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9.그댈 만난 이후부터 적어오던 일기가
들어있는 디스켓 한 장을 포맷시켰습니다.
우리의 이야기와 추억들,
그리고 내 미련한 머리까지 포맷시켜 버릴수야 없지만
우연히 그대를 사랑한 날의 일기를 들여다 보다
그때의 기분이 또다시 되살아나
줄이기로 마음 먹었던 술잔을 또 꺼내 들지도 모르고
그렇게 또 다시 그대가 그리워져 그대의
전화번호를 누르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의 추억까지, 이젠 지워야 합니다.
#10.깡그리 지워 버려야지요.
내 인연의 사람이 아닌걸
그리워 한다고 해서 돌아올 사람도 아닌걸
내 미련이 모두를 힘겹게 만드는데 이젠 잊어 버려야지요.
새로 시작해야지요.
난 행복해 질 겁니다.
꼭 그럴 겁니다.
오늘까지만 미친 듯이 그리워하고 오늘까지만 생각할 겁니다.
오늘까지만 울겠습니다.
죽일 겁니다. 내 안의 그대,
죽이고 말겁니다.
이제는 나를 위해 살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