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조그마한 양장점을 23년동안 해오고 있습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우리가계를
꾸준히 찾아오는 손님 한분이 있습니다.
저는 그 할머니를 '무궁화 콩나물
할머니'라고 부릅니다.
일흔아홉 살이신 할머니는 약
한 번 치지 않고 직접 기른
무공해 콩나물 두 통을 작은 손수레에
싣고 다니며 파시는데,
'무공해'발음이 안 돼서 늘
"무궁화 콩나물 사시오"하십니다.
그러다 우리 가게를 지나갈 때면 꼭 잊지 않고 들러서는
"동상, 나 왔어. 보고 싶어서 왔어.
" 하며 제 안부를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반갑게 맞아들이며
할머니를 잠시 쉬어가게 합니다.
나이 차가 많은데도 늘 저를 '동상'이라고
부르는 할머니는
처녀때부터 한쪽 팔을 쓰지 못하여
결혼한지 한 달 만에 쫓겨났답니다.
그때 딸을 하나 낳아 키웠는데 그 딸도
어려서 집을 나가 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야 할머니를 찾아와서는
갓 낳은 아들을 맡겨 놓고 다시 나가 15년이 지나도록
단 한번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손수레에 콩나물
한통과 아이를 싣고 다니면서
젖동냥을 해 먹이며 힘들게 키웠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힘들게 크운 손자마저도
얼마전 말썽을 일으켜 지금은 소년원에 있습니다.
할머니는 33년 전 제가 양장점에서 일을 배울때,
그 양장점에 미싱 기름을 팔던 아줌마였습니다.
그 인연이 33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할머니에게 해드리는 건
오실때마다 고작 천원어치 콩나물을 사는 것 뿐,
특별히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닌데
항상 저를 잊지 않고 찾아오시는 건
아마도 할머니와 제가 서로의 지나온 세월을
고스란히 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끔 할머니의 발길이 뜸해지면
무슨일이 생긴건 아닐까 걱정이 되고 궁금해 집니다.
새천년을 시작하는 올해에는 손자가 소년원에서 나와
착실하게 학교에 잘 다녀, 고생만 하시는 할머니의 마음을
편하게 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광주시 동구 계림동에서 서승례 님이 보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