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의 약속그와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것은 정확히
1년 전의 일이었다. 당시 우리는 여러가지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잠시 헤어져 있기로 했다. 서로 떨어져 좀더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본 후 다시
만나자는 것이 애초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약속이 그대로 이뤄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무튼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우리는 그런 이상한
약속에 선뜻 동의하게 되었다. 단, 조건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첫눈이
내리는 날 만나자는 것이었다.
"그 날 만나지 못하면 우리는 영영
만날 수 없게 되는거야. 그건 그만큼 어느
한쪽이 상대를 잊고 지냈다는 뜻이 되니까."
"그래 좋아"
봄, 여름, 가을이 지나고.... 드디어 새로운
겨울이 왔다. 그 동안 나의 주변상황들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그때쯤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틈만 나면 창밖을 내다보는
버릇이 붙었다. 꽤 쌀쌀해진 어느날 오후,
드디어 창 밖에는 싸리눈이 하나둘씩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 오늘이다.!"
약속시간이 되기도 전 한달음에 그곳에 도착한
나는 어렵지 않게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동안 품었던 온갖 두려움이
일시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빛나는
표정으로 내게 달려와서는,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따뜻함으로 나를 꼭 껴안아
주었다. 난 우리의 운명이 결국 원하는 대로
이뤄졌다는 생각에 무척 기뻤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웃으며 내게 말했다.
"하영아, 넌 아직도 우리가 그날 운 좋게
만날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11월 이후, 난 거의
매일 저녁 그곳에서 널 기다리고
있었어. 혹시라도 널 만나지 못하게 될까봐.
그리고, 네가 정말 내 앞에 나타났을때,
난 마치 꿈을 꾸는것만 같았지"
그의 말을 듣자 난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말없이 그의 목을 끌어 안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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