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 사람과 제가 만들어 두었던 모든 시간의
얘기들을 씹고 되씹으면
아무리힘든 일이 찾아와도 힘들다 말겠지,
이러다 말겠지 라고
해버릴 수 있을 것 같은어느 확신에 이렇게까지
힘이 되어 주시는
그 사람을 꼭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척 성실하게 그 사람을 사랑했었고,
순간순간의 기억들을
추억으로 만들 준비를 해가며 우리의 기억들을
지켜보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다 생각이 납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다 생각이 납니까.
그렇게까지 노력했던 내가 보고만 계시기
미안하셨는지
하나님 당신께서 그 사랑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 놓으셨으니
좀 그렇고 그때의 그 추억들을 내가 다 가지고
살도록 힘써 주셨나 봅니다.
괜찮습니다.
원래가 이렇게 만들어져 있는데 그걸 아파해
본다고 바뀌어지는 것도 아니고,
만약에 어느 선까지 진심으로 너무나
아파해 그 상대가 돌아올 거면
아마 그 사람은 제 곁을 떠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전 아파하지 않고 이렇게 살게
되어 있으려니 하고 성실하게
그 사람과 제가 만들었던 모든 시간의
얘기들을 씹고 되씹으며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만약 시간이 되돌아가 다시 한 번 그
사람과 손을 마주 잡았을 때
하나님 당신이 넌지시 우리의 미래를
알려주며 이래저래서
그러그러하게 살도록 되어 있으니
차라리 지금 이 손을 놓는 게
어떠하겠니? 하셔도
나는 역시 마주 잡은 손을
놓아버리지 못했을 겁니다.
그 순간 하나님 당신이 도대체
어째서 그렇게 살아가는지
물으신다면 저는 특별히 그
이유를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저 이렇게까지 다 생각나게
해준 사람이니까,
내 생애에 언제 또 이렇게
솔직해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라고 밖에는 말입니다.
그 사람에게 무엇을 바라겠느냐고도
묻지 말아 주십시오.
그 사람 발걸음을 편히 돌려보낼 수 있는
마음 역시 그 사람이
제게 베풀어준 사랑이라고 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입니다.
마지막 얼굴은 왜 보지 않으셨냐고요?
그건 내가 돌아서는 그 사람의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 얼굴을 그 사람에게 보이고싶지
않아서였을 겁니다.
훗날 아주 먼 훗날, 하나님 당신이
다른 생각에 빠져계실 때
더 이상은 만나지면 안되는 우리에게
잠시 눈을 떼고 계셔서
우연히 마주친다 하여도 그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그때의 제 표정만은 보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랬었다는걸,차마 돌아보지
못했던 그때의 내 얼굴이
이랬었다는 걸 보여준다면
아마도보고 있는 그 사람보다
내가 먼저 주저앉아 버릴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러니 하나님, 제발이지
그 사람과 제게서 눈을 떼지 말아주십시오.
부득이 그 사람과 제게서 눈을
떼고 계셔야 한다면
다른 신에게 감시라도 부탁해 주십시오.
그렇게까지 지키고 싶었던 그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세월이 흘러도 아무리 흘렀어도,
이랬었다는 걸
보여 줄 것만 같아서 말입니다.
그때 그 사람의 발길을 편히
돌려보냈던 내 얼굴이 이랬었다는 걸
보여줘서는 안되는 까닭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