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의 당신께는
참 미안한 일이지만
나 당신과의 처음 만남을
이젠 기억하지 못합니다...
...
처음 당신을 만나던 날
가슴속 깊은 곳에서 전해지던
짙은 가슴 떨림이..
당신의 맑은 모습으로부터 연유했다는
그 어떠한 확신도 없고,
찬바람 속에서 당신과 처음 손잡던 날
작은 손바닥 가득
쉼 없이 배어나던 땀방울마저
손끝으로 전해지던 당신의
그 따스한 온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그 어떠한 믿음도
이젠 남아있지 않습니다...
...
떠나 버린 당신께는
몹시도 미안스런 일이지만
나 당신과의 처음 사랑을
여전히 기억하지 못합니다...
처음 당신과 어둠 내린 밤거리를 걷던 날
휘황한 달빛 아래
가로등 불빛 문득 희미해져감이
눈부시게 밝은 당신의
그 투명한 눈빛 때문이었다는
이제의 그 어떤 회상도
지쳐가는 나를 흔들지 못하고,
내 작은 어깨에
처음 당신 기대오던 날
내 온 정신을 혼미하게 하던
그 진한 향기로움이
아름다운 당신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서 시작되었음을
나 조금도 믿고 있지 않습니다...
...
정말 난..
우리 처음의 그 시작을
단 한가지도
알고 있지 못합니다...
당신을 생각하며
그리움에 잠 못 들던 날들이
그 언제부터였는지
온종일 당신을 생각하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날들
그 기억이..
지난날의 어느 시간부터 비롯되었는지,
당신을 향한 두근거림과
그로 인하여 늘 힘겨워오던 짧은 호흡,
만남의 기대는 너무도 잠시일 뿐
만남의 순간부터
헤어짐을 염려해야 했던 부족한 나였기에
온밤을 꼬박 새우며
숨죽여 울어야 했던 그 시작이
언제였는지,
무엇 때문이었는지...
당신,
잊혀져갈 당신께는
많이도 미안한 일이지만
나 정말..
당신과의 그 처음 시작에 대한 어떠한 기억도
이젠 온전히
회상할 수 없습니다...
...
그렇게
당신과의 처음 시작을
온전히 기억할 수 없는 나는
여전히 당신과의 마지막 시간들마저
차마 준비하지 못한 채
질척이는 어둠속에서
또 한 하루들을
서럽게..
서럽게....
접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이 없는 끝은
이세상 어디에도 없는 까닭에...
...
그렇게
처음이 없던 우리는
그 마지막까지도
마냥 함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