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딘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메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며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홀로서기 2◇
홀로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홀로서기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히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홀로서기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울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홀로서기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 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은
"이번에는" "이번에는"하며 어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 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홀로서기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서기"를 익혀야 한다.
◇홀로서기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하자.
- 서정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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